중국 격투 게임판, 얼어붙은 『청춘』¶
저자 BBKinG(류양, 刘洋)이 《ONE MORE WAY: 중국 e스포츠의 이면사》를 낸 뒤 발표한 e스포츠 사료 단편 가운데 한 편. 중국어 원문에서 번역: 中国游戏格斗圈 凝固的『芳华』
저자의 즈후(知乎) 칼럼에 2017년 12월 25일 처음 게재: https://zhuanlan.zhihu.com/p/32326209
이 번역은 2026년 8월 4일 중국어 원문과 대조해 검토했습니다. 오역, 잘못된 표기, 사실 오류를 발견하시면 이슈를 열어 주시거나 풀 리퀘스트를 보내 주세요.
글. BBKinG
중국 격투 게임판을 조금이라도 겪어 봤다면, 이 판의 시간이 어느 한순간에 얼어붙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면 이렇다. 1998년, 아홉 살에 광저우(广州) 오락실 격투판을 제패한 샤오하이(小孩, 꼬마라는 뜻)는 2007년 일본 도게키(Tougeki) 세계 결선도 제패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2017년, 중국 격투판의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은 여전히 샤오하이다.
격투판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샤오하이가 그만두면 중국 격투 게임 종목의 프로 선수는 아예 끊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판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이미 아주 적고, 그나마도 일선 선수들과 실력 차이가 너무 크다.

왜 신인이 적을까. 짐작이 갈 것이다.
PC와 인터넷이 일어나면서 게임으로 노는 방법에 선택지가 훨씬 많아졌다. 지난 20년 동안 오락실은 인터넷 시대의 물결을 타지 못했고, 쓸쓸하게 뒤로 밀려났다.
게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문제 때문에 격투 게임 회사들은 무게 중심을 콘솔로 옮겼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콘솔이 20년 넘게 금지되어 있었고, 그래서 중국 게이머가 게임을 접하는 방식은 세계 게이머들과 완전히 달라졌다.
북미에서 규모도 영향력도 아주 큰 격투 게임 대회 EVO만 해도, 중국에서 이 대회를 챙겨 보거나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아주 적다.

이렇게 아주 독특한, 심지어 뒤틀리기까지 한 중국의 지난 발전 과정은 이 판에 남은 사람들도 아주 독특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이 판 사람들은 지금 대회에 나갈 때 게임 캐릭터를 딱 하나만 골라 자기 주캐릭터로 삼는 고집을 부린다.
그 캐릭터가 앞으로 패치에서 상향되든 하향되든 자기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른 캐릭터를 써서 경기를 이겨도 사람들의 존중은 받지 못한다. 그건 네 실력이 아니라 패치 덕이라고들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 격투 게임 애호가들이 이렇게 편집증에 가깝게 버텨 온 덕분에 격투 기술도 믿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런 기술 가운데 하나가 옵션 셀렉트(option select)다. 간단히 말하면, 기술을 내는 그 한순간에 정반대인 두 가지 대비책을 함께 입력해 두는 조작이다.


원리는 이렇다. 내가 상대를 때리러 갈 때 상대는 가드를 하거나 물러난다. 상대가 가드를 하면 서로의 손이 부딪히면서 화면이 잠깐 멈추는 프리즈(freeze)가 걸리고, 이 프리즈는 그 직전 한순간에 넣은 입력을 전부 지워 버린다.
그러면 프리즈가 걸리기 직전의 그 한순간에 앞으로 파고들며 이어 치는 공격 기술까지 함께 커맨드로 넣어 두었다고 하자. 상대가 가드를 하지 않고 그대로 뒤로 물러나면 프리즈는 걸리지 않는다. 기술은 그대로 나가고, 그것도 상대가 물러나는 도중에 나간다. 상대는 가드할 틈이 없으니 맞는다.

프리즈가 입력을 지운다는 점을 이용한 이 기술은 일본 선수들이 만들어 냈다. 샤오하이가 어느 큰 대회에서 이것을 처음 봤을 때는 사람 솜씨 같지가 않았다. 일본 선수의 캐릭터가 순식간에 이어서 공격을 넣어 상대를 손도 못 쓰게 만드는 것을 그는 눈앞에서 그대로 지켜봤다.
지금 이 기술은 프로 격투 선수의 기본기가 되었고, 사람들은 이것을 바탕으로 온갖 정형화된 공격 패턴을 개발해 냈다.

20년 넘는 프로 생활 동안 샤오하이는 줄곧 일선을 지켰다. 이 정도면 세계 e스포츠 역사에서도 하나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그가 데뷔할 무렵에는 중국에 e스포츠라는 말조차 아직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격투판은 e스포츠라는 말에 아주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다. 이들이 인터넷과 더 가깝게 붙은 것도 게임 방송이 일어나고 한참 지난 뒤의 일이다.


1989년에 태어난 쩡줘쥔(曾卓君)은 이제 곧 스물아홉이 된다.
한때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청춘을 가졌다. 주말마다 아버지가 차로 오락실 대회에 데려다 줬고, 열여덟에는 일본에서 세계 격투 게임 대회 무대에 올라 우승했으며, 한 손으로 일본 최정상 격투 선수 열 명을 내리 꺾어 e스포츠 영웅으로 불렸다.
다들 여전히 그를 샤오하이라 부르지만, 자기 청춘이 이미 지나갔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다.
청춘은 갔다. 매일 방송에서 시청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저런 행사에 나가지만 객석은 늘 텅 비어 있는 그를 보고 있으면, 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쉬움을 느낀다. 그래도 우리는 영상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우리의 청춘을 다시 화면에 되살릴 기회는 남아 있다.
https://www.zhihu.com/video/928734557824507904
『BBKinG』 단편 다큐멘터리
영웅은 영원하다!
우리 자신의 청춘을 기록하자!